
지난 10월부터 작업한 MyShorts가 v0.1.3에 이르렀다. YPUB 패키지를 읽고, 음성을 준비하고, JS 미리보기와 MP4 인코딩을 거쳐 YouTube에 업로드하는 흐름까지 연결했다. macOS 앱 형태로도 실행할 수 있게 됐으니, 이제는 기능을 늘리기보다 안정화와 실제 사용에 무게를 둘 시점이다.
그런데 막상 에필로그를 쓰려니 개발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프로그램 구현 자체가 아니었다. 영상 제작 도구를 만드는 일과 볼 만한 영상을 만드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었다.
TPublisher 정도의 프로젝트
애초에 MyShorts를 어려운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TPublisher와 비슷한 수준의 작업이라고 봤다. ChatGPT가 생성한 YPUB 패키지를 풀고, 그 안의 장면과 음성을 영상으로 인코딩한 다음 YouTube에 업로드하면 되는 구조였으니까. 물론 실제 프로그램에는 패키지 검증, 음성 파일 관리, 미리보기, BGM, MP4 재제작, 업로드 확인 같은 기능이 붙었다. 그래도 큰 방향은 처음 구상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개발 자체가 예상 밖의 난제였던 것은 아니다.
TTS에서의 시행착오
중간에 조금 삽질한 부분은 TTS였다. 상황극에는 대사가 필요하고, 기계적으로 읽기만 하는 음성으로는 의도한 분위기가 잘 나오지 않는다. 음성 품질이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였다.
다행히 Typecast는 무료 사용자에게도 제한된 사용량과 Open API를 제공했다. 맛보기 수준이지만 실제 제작 흐름을 확인하기에는 도움이 됐고, 결과물의 음성 품질도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오픈소스 TTS를 선택했다면 음성의 자연스러움과 표현을 맞추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그쪽으로 갔다면 어떤 삽질이 기다리고 있었을지... ㅎㅎㅎ
실행 화면
프로그램 화면은 아래와 같다. YPUB 패키지를 불러오면 JS와 MP4 미리보기를 비교할 수 있고, 음성과 BGM을 확인한 뒤 인코딩과 YouTube 업로드 단계로 이어진다. 업로드 화면에서는 제목과 소개, 공개 범위 등을 확인하고 기록도 살펴볼 수 있다.


콘티에 숨어 있던 작업 시간
그런데 정작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은 것은 콘티였다. ChatGPT에게 절제된 병맛 상황극을 자유롭게 요청하면 6~7컷 정도의 짧은 구성은 제법 재미있게 나왔다. 문제는 그 내용을 YPUB 쇼츠 템플릿에 맞춰 실제 영상으로 만들 때였다.
콘티를 규격에 맞추는 과정에서 재미가 밋밋해졌고, 만들어진 영상을 보고 나면 대사 한 줄이나 화면 전환 타이밍이 계속 거슬렸다. 결국 JS 기반 애니메이션 효과를 추가하고, 대사 문구와 표현을 다시 조정했다. 이렇게 손을 보기 시작하면 쇼츠 한 편에 최소 2시간 이상이 들어갔다. 자동화하려고 만든 도구인데 재미를 살리기 위해 수작업을 계속하는 셈이다. 이럴 때 떠오른 말이 딱 하나였다.
디테일에 악마가 있다. ㅋㅋㅋ
기술 블로그와 30~40초 쇼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콘티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내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원래 유머 콘텐츠가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겪은 문제를 분석하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 설명하고, 그 결과를 기록하는 기술적 경험담이 대부분이다. 경제 관련 글도 시장을 분석하고 판단의 근거를 정리하는 쪽에 가깝다.
이런 글을 30~40초짜리 쇼츠로 바꾸려면 배경과 맥락을 대거 덜어낼 수밖에 없다. 문제를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설명하려면 시간이 부족하고, 반대로 설명을 줄이면 원래 글에서 중요했던 내용이 빠진다. 여기에 억지로 웃음까지 넣으려니 더 어색해지는 것이다. 물론 기술 콘텐츠로 짧은 영상을 만들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긴 글에서 흥미로운 사건 하나를 골라 짧게 보여주는 것은 가능하겠지. 하지만 분석과 경험을 정리한 글 전체를 짧은 영상으로 변환하는 것은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A부터 Z까지 위임한다는 것
결국 콘티는 사람의 아이디어와 손을 타야 한다는 생각으로 돌아왔다. 주제와 방향, 보여줄 사건, 대략적인 연출이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에서 AI에게 장면 구성과 구현을 맡기면 효율이 난다. 반대로 A부터 Z까지 통째로 넘겨놓고 YouTube에서 볼 법한 완성도 높은 영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형식이 정해진 요약형 콘텐츠나 반복적인 영상이라면 AI를 활용한 제작 자동화가 더 잘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만들려던 것은 AI 협업 상황극, 개발 경험 정리, 시장분석 같은 영상이다. 이런 소재에서는 어떤 정보를 남길지, 무엇이 재미있는지, 어디서 끊을지를 판단하는 일이 영상 제작 공정만큼 중요했다.
돌아보면 AI에게 제작을 맡기는 방법은 찾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까지 자동화한 것은 아니었다.
안정화 이후의 고민
MyShorts는 의도한 대로 만들어졌고 이제 안정화 단계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블로그 글을 쇼츠로 계속 변환하는 방식까지 정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소재 자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지 확신하기 어려운데, 재미를 보완하느라 매번 두 시간 이상을 쓰는 것이 맞는지도 고민스럽다.
당분간은 모든 글을 쇼츠로 바꾸려 하기보다, 짧은 영상으로 보여줄 만한 사건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프로그램을 더 개발해서 해결할 문제라기보다 콘텐츠를 어떻게 기획하고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다.
영상 제작을 자동화하는 것과 볼 만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MyShorts를 개발하면서 확인한 것은 그 정도다. 프로그램은 일단 만들어놨으니, 이제 어디에 얼마나 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ㅎㅎㅎ
